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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취 기록 37
    자취 기록 2026. 5. 15. 01:22

    이사 후 처음으로 창문을 열어 둔 채 잠을 잤다.

     

    아직 좋은 선택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

     

    아침 일찍부터 들리는 소음 덕분에 일찍 일어났다.

     

    그 덕분에 더욱 일찍 생활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계획했던 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의지박약함은 겨우 2시간도 안되는 집중력을 제공했고

     

    나는 점심을 만들어 먹겠다는 핑계로 오늘 더 이상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컴퓨터에 지루해지기 시작해 오랜만에 책을 펼쳤다.

     

    어쩐 일인지 최근에 추천 받은 영상에서 읽고 있는 책과 같은 제목을 가진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게임이 원작이고 내가 읽고 있던 그 책은 그 게임의 팬이 작성한 일종의 팬픽이라는 것이다.

     

    그 정보를 듣고 나선 읽고 있던 책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졌지만 그래도 마저 읽긴 할 것이다.

     

    게임 대신이라는 생각으로.

     

    매트에 누워 책을 읽다가 바닥이 먼지 투성이인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청소를 한지 오래 되긴 했다.

     

    얼마 전에 알아봤던 로봇 청소기가 생각나 잠시 검색을 해봤는데 

     

    지금의 상태의 나로선 불필요한 지출이 될 것 같아 포기 했다.

     

    자리에서 일어서 청소해야 할 방의 크기를 보고 충분히 로봇 청소기의 도움 없이 빠르게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방 바닥에 말라있는 걸래를 빨아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청소기나 걸래 아니면 빗자루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없으니 옛날에 해봤던 대로 걸래를 밀며 바닥을 횡단했다.

     

    이때 간이 옷장 아래에 뒤집혀 있는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정말 오랜만에 살짝 맛 봤다.

     

    섬뜩함을 잠재우고 빠르게 일어나 휴지를 왕창 뜯어 바퀴벌레를 휴기로 감싸 손으로 찌그러뜨렸다.

     

    휴지로 바퀴벌레를 움켜 쥐었을 땐 아직 다리가 움직이고 있었지만

     

    넉넉한 양의 휴지를 뜯은 덕분에 그 징그럽게 부서지는 소리 없이 바퀴벌레를 치울 수 있었다.

     

    바닥을 오랜만에 닦으니 기분이 조금 상쾌해졌다.

     

    그 상태 그대로 유튜브 시청일 재개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창문을 열어두면 낮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은 따뜻한 여름 바람이 불어왔다.

     

    오늘 보았던 유튜브 영상 중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김실장"님의 채널의 자동사냥 시리즈다.

     

    무슨 일인지 이번엔 3시간짜리의 아주 긴 영상이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3시간도 많이 자제한 것이었다.

     

    3시간 내내 알차고 재밌는 영상이었다. 

     

    중간에 멈추고 저녁을 준비하면서 보고 저녁을 먹으면서 보고 

     

    러닝겸 산책을 갔다 와서 다시 보기까지 하여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오늘 산책 중 인상 깊게 본 것이 있는데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엄마의 손에 들려져 그 아기자기한 손을 뻗어

     

    무지개빛 분수에서 쏘아지는 물줄기에 손을 가져다 대며  밝게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었다.

     

    아이의 엄마도 함께 웃었고 그 광경을 보는 나도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창문을 열어두고 잠을 자볼까 한다.

     

    그럼 내일 일찍 일어나게 되고 나는 나름 건강한 인간의 생활 패턴에 가까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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